중소벤처기업부 초기창업패키지에 선정된 스타트업 트리니오(Trinio)가 이제는 지원금 없이도 스스로 매출을 만드는 회사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트리니오는 지난해 설립돼 제조 현장의 반복 사무 업무를 AI로 자동화하는 솔루션 ‘D.A.N.A Work’를 개발했고, 올해 4월 초기창업패키지에 선정된 데 이어 6월 네이버클라우드에 등록됐다. 공동창업자인 강태욱(Tony Kang) 대표와 이창민(Chris Lee) 사업총괄은 지원사업을 발판으로 삼되, 그 이후를 실제 유료 고객 확보로 증명하겠다는 방향을 잡고 있다.

중소 제조업의 인력난과 데이터 미활용
트리니오가 겨냥한 시장은 인력난에 시달리는 중소 제조업이다. 한국경제인협회(FKI)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지역 중소기업의 51.4%, 제조업의 60.8%가 인력난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동시에 많은 공장이 ERP·MES를 도입했지만 실제로는 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문제도 함께 안고 있다는 것이 트리니오의 시각이다.
강태욱 대표는 “자금 여력이 충분한 기업은 개발자와 컨설턴트 등 외부 전문 인력을 높은 비용으로 고용해 약 1년 동안 AI 전환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트리니오의 솔루션은 중소제조기업도 합리적인 비용으로 1개월 안에 10건의 사무 업무를 AI로 자동화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라고 말했다. ERP 도입에는 통상 1억 원 이상이 들고, 경쟁사들의 AI 전환 프로젝트는 약 1년이 걸리는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기존 ERP·MES는 유지, AI로 업무 맥락만 더한다
D.A.N.A Work는 기존 ERP·MES 시스템을 교체하지 않고 그 위에 사용자의 업무 맥락을 더해 AI가 전표 입력, 원가 분석, 월말 결산 같은 반복 사무 업무를 대신 처리하도록 만들었다. 데이터는 ISA-95 스키마를 기반으로 저장되고, 트리니오가 자체 개발한 머신러닝 모델이 데이터를 매핑하는 방식이다. 실제 성과 수치도 눈에 띈다. 예산 편성 작업은 3주 이상 걸리던 것이 3시간으로 줄었고, 전표 입력과 보고서 작성에 하루 2시간씩 쓰던 시간은 3분 이내로 단축됐다.

데이터 노출 0에서 시작하는 보안 설계
제조 데이터를 다루는 만큼 보안 설계에도 신경을 썼다. 이창민 사업총괄은 “대부분의 AI 회사는 모든 데이터를 받은 뒤 나중에 보안을 적용하지만, 트리니오는 데이터 노출 0에서 시작합니다. 스키마 정보만 LLM에 전달하고 실제 데이터는 국내에 머무르는 구조입니다.”라고 설명했다. 가드레일과 권한 관리 레이어를 통해 접근을 제한하는 구조도 함께 갖췄다.
베트남 확장과 로봇·피지컬 AI를 향한 장기 구상
트리니오는 한국을 넘어 베트남 시장으로도 확장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베트남 최저임금이 7.2% 인상되면서 현지 공장의 인력난 부담도 커진 상황이다. 강태욱 대표는 올해 4월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 경제사절단에 합류해 현지 행사에 참여했다. 800개 제품을 주문받는 상황을 가정할 때 발생하는 사무 업무를 자동화하는 식으로, 한국-베트남으로 연결된 제조 공급망을 겨냥한다는 설명이다.

이창민 사업총괄은 지난 7월 1일 부산에서 열린 ‘2026 AI 자율제조혁신 콘퍼런스 인 부산’에서 KAIA 전시 부스를 통해 직접 관람객들에게 솔루션을 소개하기도 했다. 두 창업자는 사무 업무 자동화가 궁극적으로는 더 큰 그림의 시작이라고 본다. 강태욱 대표는 “로봇과 피지컬 AI가 발전해도 그 로봇에게 무엇을, 언제, 얼마나 만들지 알려주는 운영 레이어가 필요합니다. 지금은 사무 업무 자동화로 진입하지만 그 과정에서 공장의 운영 맥락이 기계가 읽을 수 있는 형태로 쌓입니다. 로봇이 손이라면, 저희는 그 손을 움직이는 두뇌를 만드는 겁니다.”라고 말했다.

초기창업패키지 선정은 트리니오에게 초기 자금과 검증의 계기가 됐지만, 두 창업자가 강조하는 건 그 다음이다. 강태욱 대표는 “정부 지원금이 있어야 도입되는 시스템이 아니라, 지원금이 없어도 고객사가 스스로 비용을 지불하고 선택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올해 목표입니다.”라고 말했다. 지원사업 선정을 발판으로 삼되, 시장에서 유료 고객을 확보하는 것을 실질적인 성과 지표로 삼겠다는 뜻이다.